사랑에 대한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
몇년전의 나라면 좀 더 당연하게 받아들였을만한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또 만남의 이야기인데,
사랑을 하게 되면 믿고 싶어지고 지키고 싶어지는 마음 또한 당연한 것이라 조금은 불편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또한 솔직한 속내.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만 보자면 남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것이다.
진지한 관계는 싫다고 할 거 다하면서도 친구라던 여자가 나와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사랑한단 말 한번 한적이 없으니 사랑이 변했냐고 따질 수 조차 없는 억울함,
나는 너에게 대체 뭐였냐는 자괴감, 네게 있어 보잘 것 없는 나의 존재감에서 오는 상실감,
따지고보면 그녀는 배신을 한 것도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니 억울할 것도 없는데
왜 나와는 진지한 관계가 될 수 없었는지,
내가 느낀 우리의 감정과 우리의 관계라는 것은 내가 믿고 싶었던 착각에 불과했던 것인지,
영화는 남자의 입장만을 서술하고 있어
사실관계만을 봤을 때는 여자를 탓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써머는 말 그대로 진지한 남녀관계를 원치 않았으니 점점 진지해지는 톰과 헤어지는 것은
그녀 자신뿐 아니라 톰을 놓아주는 길이기도 했으니까.
톰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 자신의 가치관이 변하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결국 써머는 진지한 관계(혹은 결혼)를 원할 만큼의 남자가 톰이 아니었던 것 뿐이다.
진지한 관계가 싫다던 마음이 변한 것이든, 자기 자신의 진심을 몰랐던 것이든.
다만, 톰에게 있어 써머의 변화(혹은 결혼)란
왜 나는 안되는 것이었나 라는 질문을 남길 수 밖에.
삶은 쿨할 수 만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어느날 운명처럼 나타난 사람이 나를 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변화는 스스로가 만드는 것, 써머의 경우도 새로운 사람이 써머를 변화시킨게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킨 것이리라.
영화의 줄거리는 뻔한 이야기다. 이 내용을 어떻게 만들면 신파가 될 수 도 있고, 막장 복수극을 만들 수도 있고~
이렇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영상은 실험적이고 재기발랄한 편집방식이 돋보인다.
써머와 만나고 헤어지는 500일의 시간을 교차하는 시간적인 구성도,
화면분할을 이용해서 현실과 판타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시각적 표현도 인상적이다. 참, 써머라는 이름 참 잘지었단 생각도~
소니와의 다툼으로 샘 레이미가 물러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차기작 감독으로 내정됐다고 하는데
작은 영화에서 재능을 보여주던 감독이 메이저 데뷔하면서 대망하는게 허다하지만,,
이 정도면 생각보다 나쁘진 않겠다 생각도 들고,,
사전정보가 없어서 써머가 사람 이름인줄도 모르고, 여름이 500일이나 되는줄 알았다-_-;;
아가씨, 난 다르게 본거 같단 말에 이런 생각을 요약해서 말해 줄 수가 없었어ㅠ